(1부) 프랑스, 핀란드 유학준비를 하려고 마음을 먹다.

2020. 4. 5. 00:55유학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고이 간직했던 유학의 꿈은 초등학교 4학년때 한번, 중학교때 내내, 고등학교때, 대학교때까지 계속 좌절되고 있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1번이었던 유학은 부모님의 계속된 반대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고, 나도 그시기때마다 꼭 유학을 당장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실적으로 눈앞에 있는 목표가 1순위였기 때문에 미뤄졌다. 

 

초,중,고등학생때는 대학은 한국에서 나와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때문에 중간에 유학길로 빠져든 친구들을 뒤로하며 그저 예고, 대학입시에 충실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당장의 목표였던 취업에 충실하여 제일 존경하던 교수님의 유학권유를 뒤로하여 졸업식날과 동시에 대기업 정규직 전환의 꿈을 이뤘다.

 

그 후로 1년차때부터 시작된 지옥의 신입생활은 두가지 생각에 휩싸여 버텨냈는데, 하나는 내가 아직 이 직무에 대해 갖고있지 않은 권한과 지식이 많으니 마스터할때까지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두겠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회사말고 좀더 나아갈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 할 수 있는 유학이나 다른 인풋의 기회를 찾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입사와 동시에 거의 퇴사를 생각하며 다녔기 때문에, 나도 알 수 없는 욕구불만의 이 상태는 3년차까지 이어졌고, 4년차가 되려는 겨울에는 대리로 진급하였다. 그쯔음 호주로 겨울휴가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1년차 막내 디자이너시절 여름휴가로 간 일본에서 만난 호주인 친구와 재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고, 별로 몇마디 나누지도 않았지만, 홀로 우리사이의 대화를 곱씹다가 평생 간직해왔던 꿈을 향해 이제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때 내 나이 28세, 4년차 대리급 디자이너.

 

집안에서는 25살때부터 결혼압박을 심하게 받았기 때문에 절대 유학은 서포트 안해줄것이라는게 너무 명백한 사실이었고, 혹여나 유학간다고 우스개 반 진담 반으로 말하면, 엄마는 내가 떠나가면 삶을 포기할 것이라니 뭐니 하며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온몸의 세포 하나까지 동원하여 극구 반대를 했다. 

 

결혼을 하고나서 유학을 가라는 말도 안되는 (그냥 가지 말라는 말이거늘) 말을 하며 절대 안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래도 어쩔수없는 끓는 내 가슴어찌하랴. 주변엔 나와 고등학교,대학교 같이 나온 친구들은 부모님 사랑과 서폿을 전폭적으로 받으며 미국 리즈디나 프랫이니, 영국 RCA니 하며 슝슝 나가버리는데, 결혼이나 하라는 말은 정말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혼자끙끙앓다 친언니에게 의견을 묻자, 일단 그렇게 하고싶으면 합격이라도 받고 쇼부를 치라는 조언을 받고, 부모님 몰래 유학을 위한 스케쥴을 짜기 시작했다. 

 

유학을 위한 목표는 1. 글로벌 경험을 코딱지만큼 있는 어학에 대한 재능을 개발하여 쌓고 싶음 2.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력을 갖춘 탑 티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음 3. 맷집은 어릴때 키워야 나이들어 고생안한다 (?) -공부는 젊을때 하는 것! 4.인생목표인 평생 내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이었다.

 

알토대학교 미대를 목표로 유학의 꿈을 키웠다! 북유럽의 ㅂ 자도 모르는 나...

 

학교는 옛날부터 관심있게 봤던 핀란드의 Aalto University를 1지망으로 생각했다. 링크드인에서 우연히 발견한 나이키 칼라디렉터, 노키아 칼라디렉터로 일하셨던 분이 알토대학에서 교수직으로 있는것을 보고, 나도 패션과 프로덕트 바운더리를 넘나드는 칼라디렉터가 되고 싶어, Contemporary design 이라는 프로그램을 목표로 삼았다. 1년차때는 완전 패션, 혹은 산업, 혹은 그래픽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있어, 패션도, 그래픽도 아닌 애매한 칼라리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 라고 확신이 가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유학에 소극적이었다면, 현대디자인 프로그램은 3D적인 디자인부분에서부터 재료탐구, 칼라탐구까지 가능했던 코스였기 때문에 적합하고 판단했다. 

 

학부때 패션을 하고싶어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공예전공이 1지망이었기 때문에, 나무, 유리 등 다양한 재료탐구와 공예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겠다 싶은 클래스들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 또, 3D적 디자인에 대한 동경도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그쪽 부분을 개발할 수 있을만한 학교 인프라나, 경영대, 공대가 합쳐진 수업환경이 매우 혁신적으로 다가왔다. 추후 사업의 열망도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트업을 장려해주는 학교 분위기가 맘에 들기도 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거라면 해가 짧고, 핀어나 핀란드 문화에 대한 동경이나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점, 패션백그라운드인 내가 아무것도 없는 헬싱키에서 과연 문화적인 혜택 (유학을 간다면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을 누리며 유학을 할수 있을 것인가, 겨울을 극도로 힘들어 하는 내 성격이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