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 18:52ㆍFashion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은 내가 2011년 대학을 입학했던 시기도 마찬가지였다.
09학번선배들이 대기업 취업에 줄줄이 낙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탑티어 4년제 미대를 나와도 저렇게
회사에 들어가지 못한다는게 남일같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학교 3학년때부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고,
11학번이었던 나와 내 친구들 중 3분의 2가 3학년 2학기를 마친 후 휴학을 했다.
애초에 옷이 너무 좋아서 패션디자인과를 지망항것은 아니었기에, 패션업계에서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직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닥치는대로 인턴을 구했다.
내계획대로라면 3월에 딱 첫 인턴을 했었어야 했는데, 패션취업까페에 올라오는 그럴듯한 회사에서의
아르바이트나 인턴에서 (설사 면접을 봤더라도) 주루룩 떨어지기 일쑤였다.
아마도 커넥션도 없었고, 이력서 자체를 써본적이 없었기에 초짜인 티가 확 났던점, 그리고 이력 자체도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나
스파브랜드 판매직정도였기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운좋게도 학교 경력개발센터를 통해 첫번째 인턴직을 구할 수 있었다.
1. 경력개발센터-의류 에이전트 MR보조 인턴
역삼동에 있었던 의류 에이전트로, 미국회사의 한국 오피스였다. 옷 만드는거에 이골이 나있었던 나는, 사무직을 잘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경험을 통해서 절대로 창작할수있는 자율성이 없는 커리어는 하면 안되겠다는 걸 어렵게 배웠다. 하루에 4시간밖에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부정적인 기운과 (그 무엇보다도 느려터진 노트북) 장비들이 나를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이때 당시에 옷가게 아르바이트도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다들 친했던 매니저님들이나 동료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아 하는것 같다며,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엑셀 데이터를 입력하고, 더블체크를 하고, 다큐먼트를 작성하는데, 엑셀사용이 능숙하지못했던 나는 엉망진창으로 자료정리를 하기 일쑤였고 그냥 여러모로 적성이 안맞는다는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이 인턴직이 끝난 후 나는 여름학기를 맞아서 홍콩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이후에 유명한 대기업 디자인실 피팅알바를 종종 했었다.
2. 취업까페- 대기업 브랜드 여성복 피팅 아르바이트
청담동에 있었던 대기업으로, 니트실에서 피팅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러저러 크고작은 심부름 위주로 일했고, 일에 어려움은 딱히 없었으나, 회사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있는 실장님이 매우 인성적으로 좋지 않았었기 때문에 일개 알바였던 나는 이 회사는 절대 들어오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투나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악질적이었고,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피로해보였다. 이 계기로 나는 여성복 브랜드에 대해서 재고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르바이트를 급하게 그만뒀는데, 그 이유는 아는 선배가 중소기업 스포츠브랜드 막내디자이너를 뽑는다며,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고, 나는 면접까지 보게 되었으나 결국 낙방했다. 그 과정에서 조바심이 나서 이 아르바이트를 금방 그만두게 되어버렸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황당한 시절이었다. 그 후는 그냥 옷가게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2월에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던 대기업 회사의 칼라디자인실 아르바이트자리가 비었다며, 연락이 와서 12월부터 다시 일하게 되었다.
3. 지인-대기업 칼라실 아르바이트
청담동에 있었던 패션회사의 칼라실 아르바이트였고, 일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예쁜 실뭉치따위를 정리하거나 만지는일도 재밌었고, 이미지를 다루는 일, 무드를 다루는일이 인상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방을 쓰던 언니들의 눈치를 봐야하는점이나 옷, 외모평가를 사사건건 당해야한다거나, 은근히 괴롭히는 옆부서 팀장님들의 말이 상처로 다가왔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같이 일해야 하거나 하는 언니들과는 매우 사이가 좋았으며, 나또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예쁨받으며 3월 복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둘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돌아가며 해봤지만, 업무적으로 파고들고 싶을만한 기분을 들게 하는 업무는 칼라리스트 업무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이쪽으로 지원을 했고, 여러시도끝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할수있게 되었다.
워낙 뽑는 인원도 적고 생소한 직업이라 다들 되고싶어하면서도 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감히 충고를 드린다면,
본인이 선택한 진로에대해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두드려야 한다는 점이다.
시기가 안맞을수있고 그것이 내 능력부족일수도 있고 운 부족일수도 있으나, 끊임없이 어필하고 한길만 두드리다보면,
어떻게든 첫직장으로서 얻을 수 있을것 같다는 주제넘은 조언이다. 실제로도 사람을 급 구할때
여러저러 인맥을 통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지원했던 지원자가 실제로 공채로 뽑히는경우를 보았기 때문에 감히 말할수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패션 칼라리스트를 지망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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